노인과 바다에 대하여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민음사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초기작들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을 보인 작품이어서 비평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가 < 노인과 바다 >를 읽었을 당시, 저 역시 < 노인과 바다 >라는 작품이 갖고 있던 명성과 '어니스트 헤밍웨이'라는 대문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는다는 사실에 몹시 기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허나 쿠바의 한 어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어부 노인과 그를 따르는 어린 소년의 적적하고 조용하고, 지루해 보이는 배경과 대화는 당시 20대 초반이던 제가 흥미를 갖고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 노인과 바다 >에 대한 평론가들의 해설과 떠오르는 문장들을 매치시켜보니 헤밍웨이가 등장인물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노인과 바다 >의 가장 큰 특징은 노인 어부 산티아고의 언행을 통해 드러나는 헤밍웨이 특유의 절제된 언어입니다. 미사여구 없이 핵심만 담긴 검소한 문체로 자신이 탄 배보다 더 긴 청새치가 걸려들자 산티아고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낚싯줄을 당기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자연의 도전에 맞서고 그것을 극복하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위인들에게 헤밍웨이는 심취해 있었고, 산티아고의 투쟁으로 다시 한 번 승리하고자 고난을 이겨내는 영혼의 인내심을 그립니다. 더불어 광활한 우주 안에서 작디 작은 점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이 시린 헌사이지요.
< 노인과 바다 >는 실존할법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비극적이면서도 환멸뿐인 인생이지만, 인류가 가져야 할 용기와 믿음, 인내에 대해 역설합니다.
헤밍웨이는 < 노인과 바다 >에 대해 "평생을 바쳐 쓴 글, 지금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 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신기하게도 헤밍웨이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청새치 낚시를 하며 구상한 < 노인과 바다 >는 감정을 절제한 짤막한 대화와 독백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히려 그 어떤 묘사보다 더 극명하고 생생하게 노인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바로 이 압축과 절제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죠.
- 처음에는 빌리지만 나중에는 구걸을 하게 되거든.
- 지금 갖고 있지도 않은 걸 두고 아쉬워할 때가 아니야.
있는 걸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라.
-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
오늘의 문장
-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
고독한 영웅주의를 추구하는 인물을 소설에서 구현했던 헤밍웨이.
저는 "파괴될지언정 패배할 수는 없다."라는 문장이 이 모든 걸 내재할 수 있는 단어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문장이라고 확신합니다.
글쓴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 Ernest Miller Hemingway, 1899.07.21 ~ 1961.07.02 )는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주 시카고 교외의 오크파크 마을에서 6남매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의사였던 아버지, 음악을 사랑하고 종교적 믿음이 강했던 어머니가 헤밍웨이의 인생과 문학에 분명 영향을 주었으리라 예상합니다.
헤밍웨이는 1917년 04월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자 군인이 되어 참전하려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캔자스시티 스타"의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전쟁에 참전했는데 다리에 중상을 입고, 휴전 후 귀국해 소설가 셔우드 앤더슨을 만난 뒤 문학가가 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렇게 1923년 < 3편이 단편과 10편의 시 >를 파리에서 출간했고, 1924년 청소년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스케치풍의 단편 모음집 < 우리 시대에 >, 1926년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출판사 찰스 스크리브너를 소개받아 첫 장편 소설 < 봄의 격류 >, <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를 출간해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라섭니다.
특히 < 해는 다시 떠오른다 >는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파리와 스페인을 배경으로 각국 망명객들의 향락적인 풍속을 다뤘는데, 젊은이들의 애독서가 되었고, 헤밍웨이는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 작가로 지목됩니다.
더불어 헤밍웨이의 또 다른 명작, 전재의 허무함과 고전적인 비련을 주제로 한 < 무기여 잘 있거라 >는 1929년 출시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932년 < 오후의 죽음 >, 1933년 단편집 < 승자는 허무하다 >를 발표합니다.
1932년에는 스페인의 투우를 다룬 < 오후의 죽음 >, 1935년 케냐 여행을 떠나 아프리카 수렵 여행을 다룬 논픽션 <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 >을 집필했는데, 위의 두 작품에서 그의 문학관과 인생관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1937년 ( 38세 )에는 스페인 내란이 발생해 공화정부군에 가담했고, 귀국 후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스파이 활동을 다룬 희국 < 제5열 >과 미국 청년 로버트 조단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 누구를 위한 종은 울리나 >를 41세에 발매해 엄청난 인기를 누립니다.
그렇게 1944년 특파원 자격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쿠바에 거처를
정해 집필에 매진합니다.
전쟁 후 10년 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 강을 건너 숲 속으로 >는 예전에 쓴 소설의 재판이라는 이유로 호평을 얻지 못했지만, 1952년 9월 < 노인과 바다 >가 발표됩니다.
처음에는 '라이프' 9월 1일호에 전문이 실린 다음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본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1953년 퓰리처상, 1954년 대망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 노인과 바다 > 이후 뚜렷한 작품 활동은 하지 못했고, 1953년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하던 중 두 번이나 비행기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은 뒤에는 요양에 힘씁니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다가 1961년 07월 02일 엽총을 입에 문 채 방아쇠를 당겨 자살을 선택합니다.
헤밍웨이는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간결한 문체로 묘사한 20세기 대표작가입니다. 아울러 하드보일드 풍의 걸작 < 살인청부업자(1927) >, 표현기술의 정수를 구가한 < 킬리만자로의 눈(1936) > 등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명단편들로 헤밍웨이는 단편작가로서도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
사후인 1964년 < 이동축제일 >, 1970년 < 만류의 섬들 > 등의 유고가 출판되었습니다.
현재 쿠바 아바나에는 헤밍웨이의 유품들과 사진들이 보존 및 전시되어 있어 관광 명소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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