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 작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도가니 ]
- 안개의 품에 빨려들어간 사물들은
이미 패색을 감지한 병사들처럼
미세한 수증기 알갱이에
윤곽을 내어주며 스스로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버렸다.
- 안개는 아직 육지를
완전히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가느다란 그물을 펼치듯이
서서히 삼루들을 지워가고 있었다.
철길 가에는
때이르게 피어난 코스모스 무리가
창백하고 불안하게
그 안개의 그물에 덮인 채
몸을 떨고 있었다.
- 소리는 모음과 자음을
감지할 수 없어 기괴했다.
- 소년의 눈꺼풀이
마지막으로 파르르 떨리고
이어 안개가 점령한
유백색 허공에 고정되었다.
- 백발마녀의 머리카락 같이
가느다란 안개의 결이
촘촘히 그의 차를 감싸기 시작했다.
- 연극의 한 막이 끝나고
커튼이 쳐지는 것처럼
안개가 그들의 모습을 가렸다.
- 무언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총을 맞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가물 젖은 휴짓조각처럼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릴 것 같은
불안이 계속되었다.
- 눈을 들어 바라본 새벽하늘이
짙푸른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
자신을 향해 쏟아져내리는 듯하던
환각도 기억났다.
-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 불고 구름 끼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해가 나는 것 같았다.
- "그게 말이야, 우는 일이라는 게
그게 장엄하게 시작해도
꼭 코 푸는 일로 끝나더라고."
- 오랜 경험을 가진 그로서는
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쁜 놈들이 아니라
어리석은 놈들이 수갑을 찬다.
맹수는 다리를 다친 사슴 한 마리를
잡을 때도 결코 방심하지 않는 법이다.
- 황변호사는 격양된 듯했다.
진실의 사도가 되어정의의 언덕으로
누명의 손수레를 끌고 오르는 듯
자부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아직 다 물들지 않은 낙역들까지
속절없이 떨어져 허공을 맴돌았고,
바람은 조금이라도 헐거운 것들의
발목을 가차없이 후려치고 있었다.
[ 귀여운 여인 안톤 체호프의 삶과 작품,
책 바보 빅터 후기. Anton Pavlovich Chekhov ]
https://1wndlf.tistory.com/280
오늘의 문장
-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가진자는 아니지만
돈과 권력을 잡은 자들이
왜 기득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지
단 번에 알 수 있게 한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반면에 가지지 못한 자는
처음부터 자신에게는 없었기에
성취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그 고통이 덜합니다.
그래서 가지지 못한 자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가진 자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벌해,
공정한 세상을 이룩하는데
힘을 쏟아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 도가니 >라는 작품을
책과 영화로 순으로 다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을 먼저 접하고
영화를 본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묘사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영화와 접목시켜보고,
배우들의 명연기로 작가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책과 영화 모두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 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현장에서 변화를 감지하기에는
많은 부분들이 부족하다는게
현직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아직 학생들은
두 작품을 읽거나 보지 못했을 수 있는데
시간이 된다면 믿기지 않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추게 되면 좋겠습니다.
[ 3포, 5포, 7포, N포 세대가 가져야 할 것. ]
'온리원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0) | 2021.07.23 |
---|---|
거장 코맥 매카시의 삶과 작품. Cormac McCarthy (2) | 2021.06.09 |
책 빨간 장화 리뷰 포스팅 (0) | 2021.06.04 |
귀여운 여인 안톤 체호프의 삶과 작품, 책 바보 빅터 후기. Anton Pavlovich Chekhov (2) | 2021.06.03 |
책 키친 리뷰 요시모토 바나나 (0) | 2021.06.02 |
댓글